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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플라스틱(Microplastic)이란?
2022년 미국에서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종이컵에 뜨거운 음료를 부을 때, 종이컵 안쪽의 코팅된 비닐로부터 1ml당 10억 개의 나노플라스틱이 떨어져 나왔다고 한다.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커피를 매일 일회용 컵에 마신다면, 성인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을 고려했을 때 노출되는 미세플라스틱의 양이 연간 약 2,639에 달한다고 한다. 배달의민족인 우리나라는 포장음식을 즐겨 먹는 만큼 그 누구도 미세플라스틱의 습격에서 자유롭지가 않다. 그리고 한국이 세계 2위에 기록할 정도로 테이크아웃 커피도 많이 마시고 있다. 한국환경연구원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190ml 종이컵으로 85℃ 이상의 뜨거운 음료를 섭취할 경우, 1m 미만 나노플라스틱 입자를 하루에 2,000~9,000만 개, 1m 이상 미세플라스틱 입자는 하루 5,500~22,500개 정도 섭취할 것이라는 추정치가 나오기도 했다. 이제 일회용기와 플라스틱의 무분별한 사용은 환경을 넘어 의학의 범주까지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주제이다. 그래서 학계에서도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아직 미세플라스틱의 위해성이 대한 논의 자체가 시작 단계이기 때문에 명확하고 구체적인 결론이 나지는 않지만, 초미세먼지처럼 우리 인체에 명백히 해로운 물질일 것이라는 예측이 학계의 중론이다. 우리가 플라스틱 제품을 쓰고 버리는 과정에서 플라스틱이 잘게 쪼개진다. 크기가 5mm보다 작고 환경에 직접 방출되거나 환경에서 간접적으로 형성되는 모든 합성 플라스틱과 그 제품의 전체를 '미세플라스틱'이라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 미세플라스틱의 발생원과 전체 발생량에 대한 통계는 아직 없지만,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발간한 보고서에서는 미세플라스틱의 주요 발생원 중 세탁 시 합성섬유에서 발생하는 미세섬유가 전체 비중의 35%를 차지하고, 이 외에 타이어 마모, 플라스틱 소재의 생활용품, 세정용품 등의 개인용품, 도시먼지, 도로 페인트, 선박 페인트 등으로 구분한다. 우리 주변에서 살펴볼 수 있는 미세플라스틱의 발생원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각종 일회용기, 물티슈, 수세미, 생리대나 기저귀와 같은 흡습제를 쓰는 위생용품, 음식과 음료를 담아 파는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 아이스팩의 젤이나 포장육의 수분흡수패드 등 정말 다양한 미세플라스틱 발생원에 둘러싸여 있다. 이러한 육지의 쓰레기들이 바다로 흘러들고, 여기에 낚시그물과 로프 등 해양의 플라스틱 쓰레기까지 더해지면서 매년 바다에 버려지는 플라스틱 쓰레기 양이 약 950만 톤이나 된다는 보고를 내놨다. 해양의 플라스틱 쓰레기들은 작게 잘라져서 분해되고, 아주 작은 플라스틱 조각들이 수증기와 함께 기화되어 대기 중에 있다가 비나 눈으로 토양을 다시 오염시키는 악순환이 진행된다.
미세플라스틱의 위험성
미세플라스틱은 크기나 종류에 따라 인체의 위해성이 달라진다. 여러 동물실험을 통해 밝혀진 바로는 입자가 작을수록, 노출기간이 길수록 위해성이 커진다고 알려져 있다. 미세플라스틱의 크기가 150m 이상인 것을 섭취해도 소화관 내벽을 통과하지 못하고 대변으로 배출되기 때문에 체내 흡수되기 어렵다. 하지만 동물실험에서 경구로 주입한 미세플라스틱이 소화기에 상처를 내면서 물리적인 손상이 생길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그런데 10~20m 정도로 크기가 작은 미세플라스틱은 소화관 내벽을 통과할 뿐만 아니라 혈관도 통과할 수 있다. 실제로 네덜란드 연구팀이 건강한 성인 22명의 혈액샘플을 채취해서 조사한 결과, 실험 참가자 50%의 혈액샘플에 '폴리에틸렌테레프랄레이트(PET)'가 나왔다는 충격적인 조사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생수나 음료수, 음식물의 투명한 포장에 사용되는 우리가 흔히 '페트병'이라 불리는 그 페트이다. 실제 혈액 속에서 전신을 타고 돌아다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다. 국내 한국원자력의학원 연구팀의 한 실험에서 쥐에게 10~20m 크기의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하게 했더니, 쥐들에게 자폐스펙트럼 장애 증세가 나타났고, 쥐의 뇌조직에서 미세플라스틱이 파편 형태로 쌓여 있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미세플라스틱이 음식물과 함께 들어오면 위장 소장을 거쳐 음식물이 흡수되면서 혈액 속으로 들어오게 되고, 간을 거쳐 몸 전신에 혈관이 닿아있는 곳은 어디든 갈 수 있다. 미세플라스틱은 초미세먼지처럼 호흡기로도 들어올 수 있는데 혈관을 통과할 수 있을 정도로 미세플라스틱이 폐로 들어가면 폐포로 통과해서 혈관으로 들어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심장을 거쳐 우리 몸 어디든 갈 수 있게 된다. 미세플라스틱보다 먼저 위해성에 대해 연구가 시작된 초미세먼지의 경우를 고려했을 때, 미세플라스틱은 체내 장기간 순환을 하게 될 경우 미세먼지와 같이 전신에 염증반응을 일으킬 수 있고, 심혈관계∙심장마비∙뇌경색∙뇌졸중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위해성을 경고하고 있다. 체내 흡수된 미세플라스틱이 암세포의 성장과 전이를 가속화하고, 면역억제 단백질을 증가시키고, 항암제 내성을 일으켜 위암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동물실험 연구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미세플라스틱 입자를 섭취한 바닷가의 새들에게서 장내 미생물총에 유해 병원체와 항생제 내성 미생물의 증가로 장 내 환경을 악화시키는 변화를 가져온다는 연구결과도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마이크로미터보다 더 작은 미세먼지는 세포 속에 쌓일 수 있다. 단위가 나노미터 정도로 더 작아진 것을 '나노플라스틱'이라 불린다. 1nm는 10억 분의 1m 정도로 아주 작아 세포 내로 침투할 수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연구팀이 동물실험에서 1m보다 작은 미세플라스틱에 노출시킨 결과, 모든 배아조직에서 미세플라스틱이 확인되었다고 한다. 세포에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미토콘드리아에서 미세한 손상이 발생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게다가 나노플라스틱은 바이러스와 함께 세포로 침투할 수 있어 플라스틱에 붙어 함께 유입된 바이러스가 세포 독성을 유발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미세플라스틱 해결방안
미세플라스틱의 다양한 위해성이 경고되고 있지만, 인체의 유해성은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것은 현실이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이제 연구가 진행되기 시작했고, 인체시험이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 세포는 외부에서 이물질이 들어오면 다시 내보내거나 세포 스스로 파괴할 수 있는 기능이 있기 때문에 미세플라스틱에 막연한 공포를 가지지 말라는 의견도 있어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미세플라스틱은 유해하기 때문에 노출을 피하고 조심해야 할 대상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한 미세플라스틱의 발생은 필연적이다. 즉,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는 것이 미세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최선의 방법은 플라스틱의 사용량을 줄이는 것이다. 우리가 입으로 섭취하는 대부분의 미세플라스틱은 음식이 아닌, 음식을 담는 용기에서 비롯된다. 한국소비자원에서 시중에 유통 중인 일회용기와 다회용기의 미세플라스틱 검출량을 조사한 결과, 다회용기에 비해 일회용기에서 검출된 미세플라스틱이 4.5배 정도 많았다고 한다. 종이컵은 물에 젖지 않게 하기 위해 내부를 폴리에틸렌이라는 필름 형태의 플라스틱으로 코팅해서 만든다. 그런데 물을 부으면 종이의 펄프와 폴리에틸렌의 잡아당기는 힘이 상대적으로 약해지고 결합도 약해져서 미세플라스틱이 떨어져 나오게 된다. 그런데 이 결합의 힘은 담는 내용물의 온도에도 영향을 받는다. 미국의 국립표준기술연구소에서 발표한 자료를 살펴보면, 시중의 종이컵에 100℃의 뜨거운 물과 22℃의 찬물을 담고 20분간 둔 후 흘러나온 플라스틱 입자의 개수를 세어보니, 30~80nm의 나노플라스틱이 100℃의 물에서는 리터당 5.1조 개 정도였고, 22℃의 물에는 리터당 2.8조 개 정도였다고 한다. 뜨거운 물에 용출된 나노플라스틱이 찬물에 비해 거의 2배 가까울 정도로 많았던 것이다. 뜨거운 물을 붓게 되면 그 결합이 더욱 약해져 더 많이 떨어져 나온 것이라 할 수 있다. 플라스틱이 녹아서 나오는 게 아니라 조각이 떨어져 나오는 것이다. 굳이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같은 재질의 식품 포장용기, 비닐봉지, 랩도 내용물이 뜨거울 경우 미세플라스틱의 노출 정도가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추측해 볼 수 있다. 요즘은 종이컵이나 일회용기의 사용을 줄이기 위해서 텀블러나 다회용기를 가지고 다니는 분들이 점점 늘고 있다. 다음 세대를 위한 배려로 시작한 분들이 대부분이겠지만, 궁극적으로 보면 내 몸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어쩔 수 없이 일회용기를 사용하게 되었다고 해도 가능하다면 바로 다회용기에 옮겨 담는 것이 좋다. 배달음식의 경우 오래 담아두지 말고 유리, 도자기, 스테인리스 그릇으로 옮겨 담아서 보관하는 것이 좋겠다.